옛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추억
XT 8088 – DOS, GW-BASIC
2025년 5월 29일 작성
키보드 컴퓨터에서 시작된 모든 것
MSX. 키보드 형태의 컴퓨터 본체.

그것이 내 첫 번째 진짜 컴퓨터였다.
전원을 켜면 나타나는 MSX BASIC 세계. 그 검은 화면에 깜빡이는 커서를 보며 나는 처음으로 기계와 대화하는 법을 배웠다.
PRINT "HELLO"
FOR I=1 TO 10
PRINT I
NEXT I
하지만 가끔 등장하는 이해 안 되는 원시 기계어들… 16진수로 된 메모리 주소들과 PEEK, POKE 명령어들은 정말 외계어 같았다.
그래도 그 신비로운 코드들이 컴퓨터 깊숙한 곳에서 무언가를 조작한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뛰었다. 비록 모두 이해는 못했지만 말이다. 낡은 건물의 컴퓨터 학원에서 나는 그것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그냥 좋았다.
DOS 운영체제와 XT 8088의 세계
그리고 시간이 흘러 DOS 운영체제가 돌아가는 IBM PC XT (Intel 8088)와의 만남.
C:\ 프롬프트에서 명령어를 치는 그 느낌!
dBASE III Plus로 데이터베이스의 개념을 처음 배우고, Lotus 1-2-3으로 스프레드시트의 기능을 경험했다. Dr. Halo에서는 처음으로 컴퓨터 그래픽 드로잉을 해봤다. (지금 생각해도 마우스도 없이 벌였던 극악의 막노동 창작이었다 ^^;)

GW-BASIC으로는 더 복잡하다.
PLAY "CDEFGAB"
CIRCLE (160, 100), 50
LINE (0, 0)-(319, 199)
간단한 음악을 연주하고, 도형을 그리고, 성적표 만들기 정도의 코딩을 했다. FORTRAN으로는 구구단 출력 정도가 내 실력의 한계였다.
단색 모니터 시대의 낭만
아래한글 1.x를 단색 모니터에서 사용하던 시절.

이미지 출처: DOS 프로그램 저장소
허큘리스 그래픽 카드 (720×348 해상도)의 흑백 화면이었지만, 그 선명함은 나름대로 아름다웠다. 한글을 타이핑할 때마다 화면에 나타나는 한글 글자들을 보노라면… 타이프 라이터를 은퇴시키기에 충분하다고 느껴졌다.

그리고 도트 매트릭스 프린터의 그 시끄러운 소리!
“지지직~ 위잉~ 찍-찍-찍-찍…”
지금 생각하면 정말 시끄러웠지만, 그때는 그 소리가 분명 멋졌다. 내가 화면에서 작성한 글자들이 실제 종이 위에 점으로 찍혀 나오는 모습을 봤을 때 그렇게 신기할 수가 없었다.
플로피 디스크의 시끄러운 로딩 소리
5.25인치 플로피 디스크를 드라이브에 넣고 프로그램을 실행할 때의 그 소리들…
“찰칵~ 지지직~ 위잉~ 위잉~ 찰칵~”
나에게 그 소리는 디스크가 회전하고, 헤드가 움직이며, 데이터를 읽어오는 그 모든 과정에 발생하는 기계적인 소음이 아니었다. 거기에 전산실 특유의 냄새까지 더해지면 마음이 풍요로워지는 느낌을 받는다.
지금처럼 SSD에서 1초 만에 실행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낭만이 있었다.
AT 컴퓨터와 하드디스크의 충격
IBM PC AT (Intel 80286)의 등장과 함께 경험한 첫 하드디스크.
20MB 하드디스크…
지금 기준으로는 말도 안 되는 용량이지만, 당시에는 무한 저장공간 같았다. 플로피 디스크를 계속 갈아 끼우던 불편함에서 벗어나 즉시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혁신적이었는지!
프로그램 실행 속도의 차이는 정말 충격적인 경험이었다.
“이제 더 이상 디스크를 바꿀 필요가 없다니!”
486DX를 거쳐 펜티엄 시대까지
Intel 486DX에서 Intel Pentium으로 이어지는 CPU 업그레이드의 역사.
매번 새로운 프로세서가 나올 때마다 느꼈던 그 속도의 향상!
같은 프로그램이 몇 배나 빨라지는 것을 보며
“기술의 진보”를 온몸으로 체감했다.
그리고 잊을 수 없는 순간이 있었다.
첫 3D 애드온 카드를 설치했을 때!
3dfx Voodoo Graphics, ATI Rage, NVIDIA RIVA 같은 초기 3D 가속 카드들…
그때까지 평면적이던 게임들이 갑자기 입체적인 3D 세계로 변하는 것을 보고 나는 정말 충격을 받았다.
“컴퓨터가 이런 것까지 할 수 있다니!”
오늘날 시스템까지의 여정
그렇게 펜티엄, 펜티엄 II, 펜티엄 III, 펜티엄 4를 거쳐 지금의 멀티코어 시대까지…
메모리도 640KB에서 시작해서
1MB, 4MB, 16MB…
지금은 32GB도 모자라다고 한다.
저장장치도 플로피 디스크에서 하드디스크, CD-ROM, DVD, SSD까지…
모든 것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발전했다.
지금은 추억 속에만 존재하는 것들
하지만 그 익숙했던 코딩 명령어들은 모두 내 머릿속에서 지워졌다.
PEEK(1024)
POKE 1024, 255
GOSUB 1000
RETURN
COPY CON AUTOEXEC.BAT
PATH=C:\DOS;C:\WINDOWS
PROMPT $P$G
이런 명령어들을 능숙하게 사용하던 그 시절이 이제는 꿈만 같다.
화려한 윈도우와 맥 생태계 속에서,
나의 낭만과 함께 코딩 명령어들도,
시끄러운 도트 프린터의 낭만적인 소리도 모두 사라졌다.
내가 가장 사랑했던 시스템
그 모든 최첨단 시스템들을 경험했지만,
지금부터 내가 가장 사랑하는 시스템은 여전히 그것이다.
처음,
그것도 중고로 친척 형에게 받았던 Intel 8088 XT, 허큘리스 모니터 컴퓨터.
이것들은 그냥 단순한 하드웨어나 시스템이 아니다.
내 어린 시절의 아름다운 추억이고,
그 시절의 순수함과 설렘을 떠올리게 만들어주는 소중한 매개체이다.
분명히 그렇다.
정기적으로 키보드에서 키캡을 분리해서 청소하고 PC를 닦는 어린 아들의 모습을 부모님은 신기해 하셨다.
투박한 베이지색 케이스, 무거운 CRT 모니터, 시끄러운 플로피 드라이브…
모든 것이 불편했지만, 그 불편함조차도 추억의 일부가 되었다.
현재의 엄청난 기능들, 하지만…
지금은 엄청난 기능의 유료 소프트웨어들로 둘러싸여 있다.
Adobe Photoshop, Illustrator, Premiere Pro… Microsoft Office 365, AutoCAD, Maya…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전문 소프트웨어들.
기능도 상상을 초월하고, 할 수 있는 것도 무궁무진하다.
GW-BASIC으로 간신히 그린 원 하나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하고 화려한 작업들이 가능하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지치고 피로해지는 내 마음…
복잡한 인터페이스, 끝없는 메뉴들,
매년 바뀌는 버전들,
구독료와 라이선스 관리…
그냥 정이 안 간다.
그때 그 단순함이 그립다.
단색 모니터에 찍힌 선명한 텍스트가 그립다.
마치 한때 오토 기어 차량 운전자들이
불편한 수동 기어 차량을 추억하며 찾았던 것처럼 말이다.
이런 피로감 속에서 결국 만난 리눅스
그런 피로감 속에서, 나는 결국 리눅스를 만났다.
터미널을 열었을 때 나타나는 그 검은 화면을 보는 순간, 화려한 현재 컴퓨팅 생태계에 지친 나는 옛 추억에 묻어있는 낭만을 보는 느낌이 들었다.
sojourner@ubuntu:~$ ls -la
sojourner@ubuntu:~$ cd /home/sojourner/Documents
sojourner@ubuntu:~$ vim hello.txt
“아, 내가 그리워했던 것이 바로 이거였구나.”
MSX BASIC의 단순함, DOS의 직관성, 허큘리스 모니터의 깔끔함… 그 모든 것들이 리눅스 터미널 안에 그대로 살아있었다. 감성적인 GUI와 함께.
35년 전 XT 컴퓨터에서 DIR 명령어를 치던 그 느낌이, 지금 ls 명령어를 칠 때 고스란히 되살아나는 느낌이 들었다.
추억은 형태를 바꿔 계속된다
MSX BASIC, XT DOS PROMPT의 설렘이 Bash 스크립트로 재현되었다.
dBASE III Plus로 데이터베이스를 만들던 그 직관적 즐거움이 LibreOffice Base에서 다시 느껴지고, Lotus 1-2-3의 간결한 스프레드시트 조작감이 LibreOffice Calc의 투박한 인터페이스로 재현되는 느낌을 받는다.
복잡한 상업용 소프트웨어들 사이에서 길을 잃었던 내가, LibreOffice라는 오픈소스를 만나면서 그때 그 옛날 냄새를 다시 맡을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지금 내 작업 모두를 리눅스 운영체제로 바꿀 수 없지만, 적어도 글을 작성할 때 만큼은 추억의 냄새가 나는 공간에서 작업한다.
낭만은 사라지지 않는다
기술은 엄청나게 발전했다.
640KB에서 64GB로,
10MHz에서 5GHz로,
단색 모니터에서 4K 디스플레이로.
하지만 진정한 낭만은 사라지지 않는다.
검은 화면 앞에서 무언가를 만들어내려는 그 설렘,
한 줄 한 줄 명령어를 입력하며
추억과 함께 기계와 대화하는 그 즐거움…
그것들은 MSX에서도,
XT에서도,
그리고 지금의 리눅스에서도 동일하다.
낭만은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의 마음에 있다.
50을 바라보는 지금의 나는,
리눅스 운영체제의 터미널을 열 때마다
그때 그 10대의 설렘을 되찾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마음으로, 나는 오늘도 새로운 것을 배우고 만들어간다.
이곳은 이런 나의 모습을 공유하는 장소이다.
“하늘 아래 모든 것에는 시기가 있고 모든 목적에는 때가 있도다.”(전 3:1, To every thing there is a season, and a time to every purpose under the heaven.) — Ecclesiastes 3:1, KJV
sojourner@ubuntu:~$ # MSX BASIC에서 Bash까지
sojourner@ubuntu:~$ # 허큘리스 모니터에서 4K까지
sojourner@ubuntu:~$ # 하지만 그 설렘은 여전히
sojourner@ubuntu:~$ echo "Hello, Old Days!"
이 글은 MSX부터 현재까지, 약 35년간의 컴퓨터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역사를 추억하는 한 비전문가의 간략한 기술적 향수와 추억을 담아 작성되었습니다.
함께 그 시절을 기억하시는 분들이 계실까요? 여러분의 추억도 들려주세요.
— Sojourner, 옛길 위에서
이미지 출처
본문에 사용된 이미지는 ZMASLO의 YouTube 영상
“RETRO: Pierwszy komputer PC” (2024)에서 추출된
스크린샷으로,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3.0 Unported
(CC BY 3.0) 라이선스 하에 Wikimedia Commons를 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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